[클릭 인터뷰] (27) 마주협회장 지성한

김명수기자 | 입력 : 2002/06/18 [14:06]
[클릭 인터뷰] (27) 마주협회장 지성한
 
법학사. 문학석사. 정치학박사. 마주협회 지성한회장(68)의 학력 명세서다. 위로 올라갈수록 학문의 폭을 넓혀 다른 분야로 전공을 계속 바꾼 조금은 특이한 사람이다.

▲     © 피플코리아
지하철 강남역근처에 있는 자키클럽에서 지회장을 만나 보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기자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듯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왜 마주가 되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헌병교관 시절 기마헌병중대가 있었어요. 교육을 마치면 말을 탔습니다. 그런데 말타는 것이 즐겁더라구요. 그렇게 말과의 인연이 시작된 셈이지요. 그것이 승마로 이어졌고 지금 이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회사를 두개나 거느린 사업가. 지회장은 사업상 외국을 드나들면서 자키클럽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홍콩에서 경마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보고 좋은 인상을 받았다. 마침 국내에서 마주를 뽑는 다기에 마주가 되었다. 그때가 93년.

요즘같은 총체적 불황에 회사일에만 매달려도 살아남기 힘들텐데 마주협회까지 이끌어 나가려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수 없었다.

"회사를 직접 내손으로 운영하려면 도저히 시간을 낼수 없지요.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구미와 부평에 있는 회사의 전권을 각각 운영실무자에게 맡겨버립니다. 바쁜 마주 협회 일을 하면서 사업을 할수 있는 비결이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지회장은 마주협회장이기 앞서 사업가. 스스로 두개의 회사를 창업하여 IMF 위기도 거뜬히 이겨내며 알차게 키워왔다. 그는 또한 90년 출범한 서울방송의 창업멤버이자 주주이사이기도 하다. 그의 사업 이야기를 들어보자.

"74년 육군 대령으로 예편후 사업구상을 해오다가 76년 한성화학을 창업했고 91년에 한성실업을 세웠습니다. 군복을 벗고 사업가로 변신한지 벌써 2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군요"

그의 기업경영철학은 남다르다. 직원들을 내가족 처럼 믿고 철저하게 자율에 맡긴다. 그런 오너의 뜻을 잘 알고 있기에 사원들은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똘똘뭉쳐 자율적으로 굴러간다.

"구미와 부평에 회사가 있습니다. 책임자에게 위임을 하면 못할 것이 없겠다 싶어 알아서 하라고 맡겼더니 잘 굴러가더군요. 24년째 그런 식으로 운영해 오지만 특별한 어려움을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임원들의 가족들이 함께 일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사연을 들어보니 이해가 간다. 임원들이 책임자로 일을 하면서 일손이 모자랄 때마다 자신의 부인을 데리고 나오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손이 부족한 남편의 회사를 돕다 보니 아예 직원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니 이런회사가 또 있을까 싶다.

그렇다고 해서 월급을 많이 받는 것은 절대로 아니란다. 오히려 임원의 부인들이기 때문에 행여라도 구설수에 오를까봐 다른 직원들보다 더 적은 월급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니 공장이 가족적인 분위기가 될수 밖에…. 사원들이 그런 간부들을 믿고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완전히 자율적으로 경영을 맡겼기 때문에 자기회사라는 생각으로 일을 한다. 급한 일이 있으면 휴무일을 안가리고 언제라도 내일처럼 달려나와 참여해주는 사원들이 지회장은 너무 고맙다.

또 하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름하여 사랑의 회초리 사건. 사무실에 회초리를 준비해 놓았다. 그리고 지회장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회초리를 대겠다고 선언했다. 신이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항상 잘할수만은 없다는 뜻에서…. 그러나 사원들은 경각심을 주기위한 것으로 알았다. 설마 매까지 휘두를리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사고가 났다. 임원부터 간부까지 모아놓고 있는 힘을 다해서 회초리로 종아리를 3대씩 때렸다.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 다는 것을 확인 시킨 셈이다.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 회장님은 한다면 하는 분이라는 것을 사원들은 그때 알았다.

"요즘 세상에 매 맞으면서 직장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매맞는 것이 싫으면 내일부터 회사 나오지 말라고 했지요. 그러나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면 다시는 그런 실수 저지르지 말라는 말도 함께 했지요"

하지만 그 이튿날 회사에 나오지 않은 직원은 한명도 없었다. 오히려 아침 6시까지 나와서 더 열심히 일했다. 그사건은 사원들이 똘똘 뭉쳐 회사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하는 계기가 되었다. 평소에 목소리를 높이거나 상스러운 말을 쓰는 분이 아니기에 사원들은 그날 회초리가 진정한 사랑의 매라는 것을 알고 있다.

"흔히 외유내강이라는 말들을 하지요. 그러나 참사랑의 근본은 외유내강이 아니라 외강내유라고 생각합니다. 겉으로는 강하지만 안으로는 한없이 부드러운 사람. 바로 그속에 참사랑이 있다고 봅니다. 미운자식 떡하나 예쁜자식 매한찰이라는 말도 그런 뜻이 아니겠습니까?". 그의 말속에 일리가 있다.

그는 군대시절에도 잘나갔다. 군에 있으면서 미국에 두번이나 다녀왔다. 69년 중령때 청와대 비서실에 근무한 적이 있다. 1년반동안 근무하면서 능력을 인정 받았다.

"대학원에서 일반 심리학이 아니라 범죄 심리학을 배웠습니다. 러시아 아카데미에서 군과 정치에 대한 눈문발표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의 학문이 결코 다른 분야가 아니라 서로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군대서도 헌병을 했다. 거짓말 탐지기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장본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존경받는 조직체가 없는 실정이지요. 마주협회를 우리나라에서 으뜸가는 명문조직으로 만들겠습니다. 자키클럽에서 나오는 말이 가장 공신력있는 말로 인정받는 것이 바람입니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의미있는 조직의 모델로 키우고 싶습니다"

외국에서는 마주자격이 까다롭다. 그 유명한 미남배우 알랑드롱도 마주가 될수 없을 정도로…

"마주를 뽑을때마다 좋은 사람이 들어옵니다. 마주협회 위상이 어느정도 공인받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밖에서 존경받는 분들이 많이 참여하다보면 머지않아 명문조직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가 보유한 말은 모두 6마리. 소위 남들이 알아주는 인기마는 없지만 '청춘' 이라는 말을 가장 아낀다. '청춘' 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이름을 따왔다.
 
시내용이 너무 좋아서 '청춘회' 모임도 주관하고 있다. 회원은 10명. 자주 모여 문화적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친목을다져 나간다.

"외국의 경우 대상경주에서 이기면 마주가 말의 목을 끌어 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돈이나 권력을 추구하면서 살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요. 마주는 말이 뛸때마다 환희와 기쁨을 맛봅니다. 그것이 마주가 되는 이유라고 할수 있지요. 돈이나 권력으로는 누릴수 없는 뭔가가 있기 때문에…"

공들여 키운 자식같은 기분이 들정도로 자신의 말에 애착을 느낀단다. 지회장의 외승기승(승마장 밖에서 타는 기승술)은 대단하다고 주위에서 귀띰한다. "풀냄새 맡으면서 말을 타고 흙길을 뛸때면 호연지기를 느낍니다"

마주협회에서는 한달에 한번씩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문화를 사랑하는 지회장의 인생철학을 알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마 수준은 세계 최하위 입니다. 경마를 가지고 외국회의에 나가면 자랑할 것이 없지요. 그래서 문화적인 측면을 강조합니다. 일례로 최근 일본에서 열린 세계정상 마주회의에서 '한국 경마의 당면과제와 마주 역할'에 대해 기조연설을 했을때 반응은 폭발적이었어요. 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문학을 논하고 문화행사를 정기개최 한다는 그 연설로 외국에서 한국을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지회장은 세계대전의 전쟁 와중에도 경마장을 옮겨가면서까지 단한번의 중단없이 221년째 계속된 영국 엡섬더비의 여유와 멋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켄터키더비가 시작되기 전 운집한 관객이 모두 합창하는 감격스런 화합의 장면을 잊을수가 없다. 96년 멜버른컵 경마에서 우승한 70세 고령의 마주가 흘리던 감격의 눈물을 생생히 기억한다.

이런 것들이 경마문화가 갖는 귀한 가치가 아닌가 싶다. 지회장은 이런 독특한 문화를 박진감 넘치는 경마와 함께 소중히 가꿔 나가고 싶어 한다.

그는 경마를 도박시 할 것이 아니라 놀이문화로 수용해 주기를 바란다. 경마로 일확천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
 
1인당 마권 상한액이 10만원으로 제한되어 있는 나라는 한국 뿐이다. 자신의 형편에 맞게 즐기는 자제력이 있어야 한다. 결과는 전적으로 자기 책임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정부당국에서도 경륜 복권 경정 카지노와 경마를 같은 시각으로 보지 말아주기를 그는 바란다.

"경마는 산업입니다. 외국에서도 그렇게 분류하고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4대 산업으로 경마를 아끼고 있습니다. 또하나 내국인들의 주머니만 가지고 하는 폐쇄적인 경마에서 벗어나 외국인이나 외국인 관광객들을 참여시켜야 합니다"

우리경마도 세계수준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외국자본을 끌어 들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교사나 기수도 외국 용병을 수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그는 본다. 농구나 야구 축구처럼 경마도 그렇게 해야 경쟁력이 커진다는 것이다.

마주협회 회장과 이사진은 보수는 없고 명예직이라고 그는 말한다. "마주들 55%가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마주는 돈벌이가 아니라 취미의 대상입니다. 취미를 위해 투자를 하고 즐기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경주마의 국산화율은 현재 50%. 2005년에는 국산말을 75%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마주협회에서 지키는 3가지 철칙이 있다. 모든 모임은 정시에 시작한다. 예약문화를 준수한다. 약속에 대한 책임을 철저하게 스스로 지는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 너무 상식적이거나 상투적인 것은 배제하고 창조적이고 독특한 문화를 추구한다.

전쟁이나도 경마를 할수 있는 여유로움과 화합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경마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정착되기를 그는 기대한다. 더러운 연못에서 연꽃을 피우듯 그런 경마문화를 만들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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