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455) 뭐든지 고치는 ‘맥가이버 사나이’ 농기계수리기사 황인구

김명수기자 | 입력 : 2010/08/30 [07:59]
[클릭이사람] (455) 뭐든지 고치는 ‘맥가이버 사나이’ 농기계수리기사 황인구

영농기계화가 이루어진 농촌에서 딱 필요한 한사람만 꼽으라면 누굴까? 젊은이들은 도시로 빠져나가고 노인들만 남은 농촌에서 기자는 단연 이 사람을 추천한다.

▲     ©피플코리아
충남 청양군 정산면 서정리 정산농협 농기계수리센터 황인구(55). 40살에 처음 입사하여 15년째 농기계수리기사로 일하고 있다.

황기사. 농민들이 그를 부르는 호칭이다. 굳이 정중한 용어를 쓰지 않아도 그를 대하는 주민들의 얼굴 표정에는 정감이 넘치고 감사함이 엿보인다.

아무리 값비싼 첨단 농기계라 하더라도 고장이 나면 무용지물이다. 일손이 턱없이 모자라 농기계가 농사일을 대신하는 현실에서 농민들에게 그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물이다.

그의 인생유턴이 벌써 15년 전이다. 객지생활 하다가 고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하던 중 이 계통에서 일하는 친구를 통해 이력서를 접수시켰다.

얼마 후 인사위원회로부터 연락을 받고 정산 4개면 조합장 면접을 봤다. 합격이었다. 1995년 6월1일 첫 출근했다. 지금 이 자리다.

“저도 농민의 아들로서 어쩌다 농촌에 와서 농기계를 고치려면 어려움이 많더라고요. 제가 힘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의 손은 ‘맥가이버’다. 농기계는 뭐든지 고치는 마술손이다. 경운기, 관리기, 콤바인, 트랙터, 승용관리기, 예초기 등 크고 작은 농기계를 막론하고 모두 수리해봤다.

꾸준히 공부하고 서비스교육을 받아온 노력의 결과다. 길게는 농협대학에서 한 달 과정 교육도 받았고 농기계업체에서 매년 봄여름 두 차례 실시하는 농기계서비스교육도 꼬박꼬박 받고 있다.

신기종 농기계가 나올 때마다 빼놓지 않고 교육을 받아서 새로운 기술을 계속 습득해나가고 있다.

노동부 집계에 의하면 농기계 수리는 희귀업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기술을 배우려고 하는 젊은 사람을 찾기가 힘든 실정이다.

그가 빛나 보이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자신이 꼭 해보고 싶은 일이라며 40살에 들어와 15년째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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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농번기와 맞물린 봄가을에 가장 많이 그를 찾는다. 파종 작업하는 봄철에는 트랙터, 이양기, 관리기 고장이 많다. 수확기인 가을에는 트랙터, 콤바인 고장이 잦다.

4~6월초까지는 일요일도 없다. 6월 중순부터 일요일 하루는 쉬었으나 공교롭게도 기자가 인터뷰를 하던 8월 28일부터는 토, 일요일도 근무를 해야 한다. 지금부터 가장 바쁘다. 퇴근했다가도 농민이 급하게 불러서 현장에 다시 나온 경우도 있다.

힘은 들지만 보람도 크다. 노인들이나 어려운 사람들이 대부분인 농촌에서 기계를 힘들게 고쳤을 때 특히 보람을 느낀다.

부품을 못 구해서 기계를 못 고친 적도 있다. 중고 부품 판매업자한테 부탁해도 부품이 없으면 농기계자체를 폐기처분한다. 그럴 때는 마음이 아프다.

농기계 수명은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하루 일하고 와서 밥을 못 먹고 몸은 못 닦아도 기계를 애지중지 점검하고, 풀린 볼트 다시 조이고, 기름칠을 하면 오래 쓴다. 반면에 사용한 대로 방치해놨다가 다음날 그냥 가지고 나가면 오래 못 간다.

그가 전문가의 안목으로 농기계를 보면 관리상태를 척 안다. 어떤 사람은 봄에 쓰고 다음해 봄까지 그대로 놔둔 트랙터에서 싹이 트고 풀이난다.

농기계센터는 농협에서 농민조합원들한테 어려운 농촌 생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서비스차원에서 운영하는 사업으로 수리비가 저렴하다보니 돈 벌이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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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잠깐 잠깐 예초기를 몇 대나 고쳤다. 어떤 농민은 오토바이를 고치러 왔다.

기계를 정비하는 손놀림이 빠르다. 그가 털어놓는 그의 과거사. 객지생활을 하다가 청산하고 내려와 고향에서 멀지 않은 지역에 농기계센터를 차렸다.

부품 이름도 모르고 경운기 시동도 못 걸 정도로 농기계 지식이 전혀 없으면서 사업을 시작했으니 무모하기 짝이 없는 도전이었다.

수리기사 한 명 두고 1년 가까이 곁눈질로 배워서 혼자 운영해봤지만 결국은 사우디 가서 벌어온 돈 다 날리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서 2년 농사 지어보니까 이건 아니었다. 할머니 어머니 마누라 자식들 다 달라붙어 농사 지어봤자 소작료 떼어주면 남는 게 없었다.

객지 나가서 나 혼자 월급 30만원만 받아도 1년이면 쌀 36가마로 차라리 그게 낫다 싶었다. 온가족이 매달려 남의 농사를 지어도 한 해에 36가마를 못 벌었으니까… 그때부터 혼자 나가서 돈을 벌었다. 부인도 식당에 나가서 ‘레시피’ 기술을 배웠다.

고향에서 2년 농사짓는 동안에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직산 농민교육원에서 1개월 과정 교육 받고 농기게수리자격증을 땄다.

“저는 대전으로 가서 돈을 벌고, 마누라는 공주에 있는 식당에서 먹고 자면서 음식기술을 배웠어요”

그는 지금 공주 장기면 송선리에서 살고 있다. 부인은 가게 딸린 집에서 칼국수 전문점(전원일기)을 7년째 운영하고 있다.

학교 졸업하고 객지생활하면서 가장 먼저 용접기술을 배웠다. 어린 마음에도 뭔가 기술을 배워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기술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손재주는 원래 타고난듯 싶었다. 어렸을 때 겨울에 썰매 만들어 타고 팽이 만들어 돌리던 기억이 눈에 선하다며 그 시절을 회상한다. 따지고 보면 그가 가장 잘하는 손기술 적성을 살린 직업이 바로 농기계수리기사다.

노인들이 가지고 오는 농기계에 대해서는 무료서비스도 많이 해주고 받아도 아주 실비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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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농민들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니까 비싸게 못 받겠더라고요.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고 나도 농민의 자식이니까요”

정산농기계수리센터에는 그를 포함하여 수리기사 2명이 일하고 있다. 그가 속한 정산 4개면에 거주하는 농민 조합원만 45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전체농민은 5000여명. 정산농기계수리센터는 정산, 목면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신기종 농기계가 새로 출시되면 기존 모델에서 달라진 시스템이 뭔지 서비스교육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습득하고 항상 공부해야 한다.

그를 찾아오는 고객들이 한 다리만 건너면 인근동네 친구, 선배, 후배, 형님, 아우, 아저씨 등 모두 잘 아는 관계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한 사람도 소홀히 대할 수가 없다.

“앞으로 정년까지 2년 밖에 안 남았어요. 기능직은 58세 정년이거든요. 다니는 동안이나 제 기술로 농민, 조합원들한테 최대한 봉사하고 싶어요”

농민이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다루는 농기계기만 정비기술을 아는 농민은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농기계정비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도 없다. 그러니 그를 찾는 농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수밖에… 그는 말한다.

“농기계정비. 인내심이 있어야 합니다. 성질 급하면 기계는 절대로 안 고쳐집니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그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그를 대신할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나이 먹고 몸이나 건강하고 애들 결혼 잘 시키고 우리 식구하고 둘이 오손 도손 건강하게 살면 최고 바람이죠”

농촌에 살면서 농민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15년을 농기계 수리기사로 묵묵히 일해온 그의 은퇴후 꿈도 소박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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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10년 08월30일 07시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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