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렇게번다] (3) 먹는 장사로 80억번 이대봉 3

[돈이렇게번다] (3) 먹는 장사로 80억번 이대봉 3
 
자살하려고 농약을 샀다. 농약병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소주를 퍼마시고도 모자라 양손에 소주병을 움켜쥐고 아버지 산소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엎드려 한없이 울었다.
 
가지고 온 술을 다 마셔도 취하기는 커녕 정신이 멀쩡했다. .

얼굴이 온통 눈물반 콧물반이 된채 '아버지 이제는 저도 이세상을 하직하고 아버지 곁으로 가렵니다' 하고는 큰절을 두 번하고 나서 뚜껑을 딴 농약병을 입에 털어 넣으려는데 아버지 목소리가 들렸다.

"네 이놈, 그 농약병 냉큼 내리지 못할까. 지질이도 못난 놈" 하는 아버지의 고함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아버지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지켜보는 것 같아서 농약병을 내던지고 한참을 엉엉 울었다. 그리고는 자살도 내맘대로 할수 없는 놈이라고 신세한탄을 하면서 마음을 돌렸다.

'그래 어디 한번 죽을 각오로 이세상을 살아보자'고 마음을 고쳐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족들이 모두 말을 못하고 얼굴 표정만 살폈다.
 
좌절감에 빠져 집을 나간 가장이 아무탈 없이 어서 빨리 돌아오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며 가슴 졸이고 있던 가족들이다.

자살하려던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그는 가족들을 부둥켜안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엉엉 울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올랐다.
 
그리고는 자신만을 바라보고 사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일어서기로 결심했다.

원래 가진 것 한푼 없이 빈손으로 출발한 그가 아닌가. 다시 빈손으로 돌아간 것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했다.

그의 딱한 처지를 전해들은 군대 동기생들이 찾아와서 조금씩 모금운동을 벌여 마련한 돈이라며 성금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박봉에 허덕이는 동기생들의 삶을 누구보다 잘아는 터라 그는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봉투를 열어보니 900만원이 들어 있었다. 알거지가 된 그에게는 엄청난 거액이었다.

그는 결혼해서 한번도 신세지지 않았던 처가의 도움을 받아 사업자금 1400만원을 마련했다. 이때가 88년 3월이었다.

영업이 잘되는 집 옆에서 그 기세에 눌려 망하고 나간 가게를 얻기로 작정했다. 그런 가게에서 살아남아야 음식점으로 성공할수 있는 경쟁력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참으로 기상천외한 발상이다.

남들은 가게를 차릴 때 조금이라도 더 잘되는 업소를 찾기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마당에 가장 장사가 안되는 음식점을 고집한다는 것을 기자의 상식으로도 쉽게 이해가 안간다.
 
그것도 한두번 망한 것이 아니라 서너번 아니 그이상 망해 나간 가게일수록 자신의 영업장소로 더욱 좋다는 것이다.

아무튼 백방으로 돌아다닌 끝에 그런 가게를 구했다. 동인천 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법원 검찰청근처의 음식점을 찾아냈다.

식당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1층에 들어서 있는 기존 음식점들을 살펴보았다. 이 건물에서 산채전문점을 차리면 1층에서만도 4파전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세 사람이나 들어왔다가 망해나간 가게를 그가 얻은 것이다. 임대보증금 800만원에 권리금은 깎고 깎아서 400만원. 게다가 월세48만원.

88년 8월21일 음식점 '정원산채'를 개업했으나 큰돈을 벌겠다는 기대는 첫날부터 무참하게 깨지고 말았다. 아무리 객지라지만 오는 손님이 너무 없었다.
 
5일이 지나도록 산채정식 서너상밖에 못 팔고 나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잠도 오지 않았다.

* 이 기사는 인물뉴스닷컴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인물뉴스닷컴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인물뉴스닷컴에 있습니다.

<인물뉴스닷컴/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1년 09월 02일

인물뉴스닷컴 홈으로 바로가기    ☞ 클릭이사람 명단 1~345번 ☜ 

 

인터뷰 전문기자 김명수의 클릭이사람 취재는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 좋은 분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 인물뉴스닷컴 운영자 김명수 / 전화 010-4707-4827 이메일 people365@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