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피플] (3) '부자되세요'로 광고대박 터뜨린 '병태' 손정환

김명수기자 | 입력 : 2002/06/14 [17:19]
[AD 피플] (3) '부자되세요'로 광고대박 터뜨린 \병태\  손정환
 
"영자는 좋겠다, 정말 좋겠다." 지난날 대한민국 청춘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 [병태와 영자]에서 주인공 병태가 혼자 지껄였던 말이다. 병태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병태와 영자]는 1979년 2월에 개봉되어, 당시 젊은이들을 사로잡으며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영화다.

그렇게 영화계를 흔들었던 '병태'손정환(46)이 요즈음엔 '부자되세요'로 대한민국 광고계를 발칵 흔들어 놓고 있다. 


 1979년 흥행대박을 날린 영화[병태와 영자]의 주인공 병태는 20여 년 세월이 지난 지금 광고인으로 변신하여 '다이아몬드 베이츠 코리아'(DBK) 상무로 있다. 당신은 보았을 것이다. 최근에 수많은 기업들의 신년광고 홍수 속에서 유난히 돋보였던 BC카드 광고를....
탤런트 김정은의 입을 빌려 '부자되세요'라고 새해 소망을 건넨 광고. 지난해 12월29일 첫 방송을 탄 그 광고는 김정은을 일약 최고 스타로, 그리고 진짜 부자로 만들어 놓았다.


가슴에 꽂히는 카피의 숨은 주역

IMF의 긴 터널을 지나온 국민들에게 '부자되세요'라는 메시지보다 더 가슴에 꽂히는 말이 있을까. 그토록 신선한 광고를 만든 사람이 한때 한국 영화계를 주름잡던 배우 출신이란 사실을 알고 기자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만나보자. 빨리 만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만났다. 
장충동의 푸른 유리 건물에 위치한 '다이아몬드 베이츠 코리아'는 그리 크지 않은 광고회사다. 매출규모로는 광고업계 국내랭킹 15위. 그러나 광고바닥에서는 규모가 아니라 실력으로 통한다. DBK는 바로 '부자되세요'라는 말 한마디로 그것을 입증해 보였다.

세월의 힘은 과연 위대한 것인지, 1970~80년대 청춘 심벌이었던 '병태'는 이제 보기에도 의젓한 신사가 되었다. 아니 '상무님'이라는 호칭을 달고 다니는 지체 높은 사람이 되어 있다.
하지만 아직도 얼굴은 동안이며, 뭔가 뜨거운 피가 통하고,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려 하는 젊은 기질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마치 공을 주면 당장이라도 드리블하며 골대로 돌진할 것 같은 약동감이 느껴진다.


연고전 응원하다 [병태와 영자]에 캐스팅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그의 과거 속으로 좀더 깊숙이 들어가 스크린을 누비던 그때 그 시절 병태를 만나보자.

"하길종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했어요. 그 당시 영화사 '화천공사'에서는 하길종 감독님이 1975년에 [바보들의 행진]을 성공시켰고 이어서 속편 [병태와 영자]를 만들기로 했는데, 병태 역에 실제 대학생을 캐스팅하기로 결정한 상태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하 감독님께서 우연히 연고전 응원하는 제 모습을 보셨나 봐요. 제가 연세대 응원단장을 하고 있었거든요. 1978년 정기 연고전이었죠."

아니, 여기서 잠깐! 그의 약력이 놀랍다. 영화배우가 아니라 원래는 연세대 응원단장이었다니 점점 인간 손정환에게 흥미가 생긴다.

"그래서 영화배우가 된 거예요. 처음부터 배우가 꿈이라거나 그런 건 아니었어요. 그냥 운명이었다고 말하고 싶네요. 그 당시 저는 입대 영장을 받아 놓은 상태였는데, '잘하면 남은 시간 재미있게 보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거죠. 그리고 해보니까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하길종 감독님이 저에게 병태라는 큰 선물을 주신 거죠. 지금도 감사드리고 있어요."


깜짝 스타 떨치고 입영열차 탑승

그는 하길종 감독의 선구안에 보답이라도 하듯 영화계에서 별처럼 떴다. 하지만 그는 영화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의 병태처럼 입영열차를 탔다. 제대 후 화천공사의 제안을 받아 다시 한번 [F학점의 천재들]이란 영화를 찍었는데, 그게 그의 마지막 영화였다.


"슬슬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연기가 재미있긴 한데 나하고 뭔가 딱 들어맞지는 않는 것 같다, 나하고 정말 딱 맞는 일이 어딘가에 있을 거다, 그 일을 찾아보자'라고요."
결국 그는 광고사관학교라 불리던 광고회사 오리콤에 입사했다. 1982년 오리콤에서 광고 일을 시작한 후 금강기획을 거쳐 현재의 DBK에 재직하고 있다.

지금까지 20년 동안 광고업계에 있어온 셈인데, 만족하냐고 물으니 그의 대답은 생긴 것만큼이나 다부지고 확고하다.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네!"라는 말이 막 슈팅한 공처럼 튀어나온다.


연기보다 재밌는 광고인생 20년

이제 그를 만난 진짜 이유인, 광고에 대한 얘기 좀 들어보자. BC카드 '부자되세요'편이 탄생한 배경을 물어보았다.
"진심으로 광고를 해보고 싶었어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성원해주는 광고를 만들고 싶었죠. '부자되세요'도 그 중 하나지요. 광고에 특별한 기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소비자들에게 진심으로 이야기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는 부자의 기준이 절대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월급쟁이도 알뜰히 모은 적은 돈에 만족한다면 부자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런 마음을 CF에 담았다. 

"물질적인 부자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부자인,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곁에 있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이토록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왕대박을 날리며 새해의 화두가 된  '부자되세요' 는 네티즌들에게 최고의 TV광고 카피로 뽑히는 영광도 덤으로 얻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지 광고에 대한 그의 이야기는 그칠 줄을 모른다.

"어떤 회사에선 시무식 인사를 '부자되세요'란 말로 통일했다는 얘기, 각종 TV 프로그램에서도 각종 버전으로 패러디된 '부자되세요'가 방송되고 있다는 소식들이 잇따랐죠. 광고가 히트를 쳤다는 사실도 좋았지만 더 기쁜 것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진심은 통한다'는 진리를 확인했다는 사실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진심 어린 광고를 할 것입니다."


마음이 부자인 사람 곁에 있고 싶다 

그가 지금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티없이 맑고 순수해 보이는 그의 눈빛이 말해준다.
광고회사는 생각과 개성이 서로 다른 사람들과 늘 부딪쳐야 하고, 그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마음을 합쳐 일해야 하는 치열한 전쟁터일 텐데, 스트레스도 많을 것이라는 의문이 들었다.

"스트레스요?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분명한 건 제 광고인생을 통틀어 요즘이 가장 행복하다는 거죠. 우리 직원들 정말 잘합니다. 하느님이 있다면, 정말 감사드리고 싶을 정도예요. 광고계에서 잘하는 인재를 뽑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는데, 이제는 더 부러울 게 없습니다. 저희 회사가 아직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한국에 있는 어떤 광고회사보다도 우수하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선수들만 모은 거죠."
자기 직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는 듯한 그의 얼굴은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손정환과 얘기를 해보면 이런 느낌이 든다. 이 사람 역시 잘생겼다, 광고 일에 미쳤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리고 예상보다 젊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느낀 그는 몸도 마음도 새파랗게 젊은 오빠였다. 


<미디어칸 김명수기자/ www.pkorea.co.kr>
 

2002/03/03 09: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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